2025년 6월 16일 월요일

To the wilder 가사번역



To all the words that I won’t get to say
전하지 못한 말들 모두에게

The things that time steals and turns to pain
시간이 가져가 아픔이 되어버린 것들에게

If it's not love to let you leave again
널 또다시 보내는 게 사랑이 아니라면

I don't know what is
사랑이란 대체 뭘까

But if you doubt and question what the future holds
혹시 앞으로가 두렵고 불안하더라도

Remember there's no place you can't call home
기억해, 어디든 네가 머물 수 있는 곳이 될 거야



To all the roads that we are yet to pave
아직 우리 앞에 펼쳐질 모든 길들에게

The dreams that stillness entertains and slays
고요 속에 피었다 사라지는 꿈들에게

Now if my love for you won't make you stay
널 잡아두지 못할 내 사랑이라면

I don't know what will
어떤 마음으로도 널 붙잡을 수 없겠지

You will never leave a trace where you walk
걸어간 자국이 남지 않는 건

If the only path you take's the one you’re told
누가 그어놓은 길만 따라가서일지도 몰라



So walk away, I'll find you
그러니 떠나도 좋아, 내가 널 찾을 테니

So far away, I'll reach you
멀어져도 괜찮아, 내가 닿을 수 있을 테니

To the wilder
더 거친 곳으로

To the wilder
더 낯선 너에게로

To the wilder you
너라는 거친 곳으로

To the wilder
더 깊은 너에게로

To the wilder
더 멀리, 더 자유로운 너에게로



To all the walls that we are meant to break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모든 벽들

The part of us that still remains untamed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우리 안의 본성

We must be more than animals in chains
우린 사슬에 묶인 짐승 그 이상이어야 해

Its a poison that kills
그건 천천히 우리를 파고드는 독이니까

Would you let the wind tell you where to go
바람이 불어가는 대로 갈 수 있을까

If you can brave fate and prove it wrong?
운명을 거슬러 그걸 증명할 수 있다면



So walk away, I'll find you
그러니 떠나도 좋아, 내가 널 찾을 테니

So far away, I'll reach you
멀어져도 괜찮아, 내가 닿을 수 있을 테니

To the wilder
더 거친 곳으로

To the wilder
더 낯선 너에게로

To the wilder you
너라는 거친 곳으로

To the wilder
더 깊은 너에게로

To the wilder you
더 멀리, 더 자유로운 너에게로



To all the mountains, all the rivers
높은 산과 깊은 강에게

To all the strays, the trailblazers
길을 잃은 이들과 먼저 나아간 이들에게

To what it takes to walk forever
끝없이 걷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에게

To what it takes to be who we are
진짜 우리가 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모든 것에게

Who we are
그게 바로 우리야

우리가 되어야 할 모습이야



To the wilder
더 거친 곳으로

To the wilder
더 낯선 너에게로

To the wilder you
너라는 거친 곳으로

2025년 6월 9일 월요일

데스 스트랜딩 공식 소설 (GPT 번역) #6 — 에피소드 2-3



방 안의 조명이 깜빡였다.
침대의 캐노피가 뒤틀리며 사라졌다.
집무용 책상도, 소파도, 바닥의 카펫도
차례차례 사라져 갔다.

벽에 걸린 초상화,
우아한 곡선으로 장식된 창틀,
부드럽게 물결치는 커튼,
정교하게 세공된 문까지—
모두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희미한 빛을 반사하는 무기질의 바닥과 벽.

침대조차 장식을 벗겨내
기능성만을 남긴 의료용 침대로 모습을 바꾸었다.

대통령의 방의 흔적이라곤
지지대에서 드리워진 미국 국기뿐이었다.

상당히 빠른 조치군.
데드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대통령이 시신이 되는 순간,
집무실을 연출하고 있던 홀로그램이 꺼졌다.

원격지에서 모습을 투사하던 동료들의 영상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있었다.

여긴 이미 단순한 병실로 되돌아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시신 안치소다.

시신은 신속하고 적절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설령 그가 대통령이라 해도,
인간인 이상, 예외는 없다.

죽음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니까.

시신 처리는 데드맨의 역할이었다.
지정된 절차를 마치기 전까진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할 수도 없다.

데드맨은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직접 시체 처리반과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러자, 다이하드맨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그는 웅크린 샘 앞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샘, 너는 대통령과 마지막 계약을 맺은 사람이다.”

조용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어조였다.

샘이 얼굴을 들어
장관을 노려본다.

“무슨 소리야?”

“너는 브리지스를 구성하는 일원이며,
우리와 함께 미국 재건의 임무를 짊어진다.”

장관은 샘의 오른쪽 손목에 있는
수갑을 가리켰다.

잠든 샘에게 저 수갑을 채운 건 나였다.
그걸 지시한 건… 바로 장관이었다.

──그렇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데드맨은 자신의 역할을 자각했다.

“또 나를 묶는 거냐,
브리지스이 했던 것처럼.”

수갑을 벗기려 애쓰며
샘이 낮게 으르렁거린다.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

역시 그렇다.
장관은 처음부터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나도
브리지스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장관의 등을 향해
그러나 샘에게도 들리도록
데드맨은 목소리를 높였다.

“장관, 대통령은 전신이 암세포에 침식돼 있었어요.
부검은 불필요합니다.
장기 적출도 해부도 의미 없어요.
그대로 두면 네크로화합니다.
하루빨리 화장하지 않으면.”

“그래, 서두르지 않으면
여기도 크레이터가 된다.”

장관은 샘을 바라보며
그렇게 답했다.

데드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관 옆에 몸을 낮췄다.

“들어줘, 샘.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포터가 없어.”

샘이 얼굴을 찡그리며
데드맨을 노려본다.

“이고르는 사라졌고,
다른 시체 처리반도
그 대소멸로 전멸했어.”

샘은 시선을 돌렸다.

데드맨은 그 시선을 따라가며
이어 나갔다.

“누군가가
대통령의 시신을 옮겨,
화장해야 해.
단순한 운송이 아니야.
능력자이자 귀환자인 너만이
맡을 수 있는 일이야. 아니,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 대소멸로
이 지역의 지형도 심하게 바뀌었고,
이 캐피털 노트 시티에서 화장장까지 가는
경로도 사라졌어.

길을 직접 찾아가면서,
도보로 이동해야 해.”

“왜 하필 나야.”

“샘,
넌 이미 브리지스 사람이잖아.”

데드맨은 그렇게 말하며
샘의 수갑을 가리켰다.

샘은 오른팔을 들어
수갑을 바닥에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만이
방 안에 메아리쳤다.

다시 팔을 들어올리는 샘의 팔을,
장관이 붙잡았다.

순식간에 샘의 팔이 붉게 물든다.

그것을 모른 척하며,
장관이 선언했다.

“배송 의뢰다.
샘 포터 브리지스.”

──대통령은
미국 재건의 상징이었다.

대통령의 시신을
시신백에 싸매며 말하는 장관의 목소리가
샘의 귀에 울렸다.

알겠습니다. 아래는 요청하신 줄바꿈 방식과 용어 통일(브리지스, 소각장 등)을 적용한 번역입니다.





"대통령은 취임 이래로 오랫동안 미국 재건을 호소해왔다.
브리지스를 창설한 것도 그녀다.

본래라면 정중한 장례식이 거행되어야 했겠지만,
그건 불가능해졌다.
그녀의 죽음은 곧 미국의 죽음과 같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브리지스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시신은 은밀하게 처리해야만 해."

"숨긴다고 해도, 다음 대통령은 없잖아."

샘이 이의를 제기했다.

십 년 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똑같은 구호를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다.
그 집착이 더없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샘, 미국은 죽지 않았어."

반박한 건 데드맨이었다.

샘의 눈썹이 불끈 올라갔다.
방금 다이하드맨이 '브리짓의 죽음은 미국의 죽음이다'라고 말한 것 아닌가.

"무슨 말이지?
대통령은 죽었잖아."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미국은 아직 살아 있어.
대통령도 있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샘이 데드맨에게 다가가려 하자,
다이하드맨이 그를 말렸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샘.

우린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합중국 재건 계획을 반드시 실행해야 해.
브리지스는 그 사명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야.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당신이 대통령의 시신을 소각장까지 운반해야 해."

"맞아, 샘.
대통령이라 해도 방치하면 시신은 네크로화돼."

데드맨이 다시 밀어붙인다.

"센트럴뿐 아니라
이 캐피탈까지 사라지게 할 순 없어.
이제 여긴 당신밖에 배달부가 남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며
데드맨이 시신 백을 들어 올렸다.
다이하드맨도 그것을 받쳐 들고,
샘에게 메도록 했다.





캐피탈 노트 시티를 출발한 지 거의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조금 전 강을 건넌 탓에
작업용 바지가 다리에 달라붙어 불쾌했다.
방수 가공이 되어 있다지만,
오랫동안 입은 바지는 꽤 낡아서
제대로 물을 튕겨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순조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몇 시간 안에 소각장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본래라면 시신 수송 트럭으로 옮겨야 했지만,
보이드아웃으로 생긴 크레이터 탓에
수송로가 막혀 있었다.
그래서 도보로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단독 이동을 강요받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의 손목장치가 진동했다.
데드맨의 호출이었다.
샘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놈들은 이 손목장치를 '단말기'라 부른다.
절대 당신을 속박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당신과 연결되어 당신을 지켜주는 가젯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이걸 풀 수는 없다.
그러니 어떤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붙여도,
이건 사람을 속박하는 '사슬'일 뿐이다.

〈샘, 들리나〉
저쪽 사정만 생각하고 말 걸어온다.

놈들은 자신들을 '다리'라고 부르지만,
이어지는 쪽에 대한 고려 따위는 전혀 없다.

그래서 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요청하신 번역입니다.
모바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줄바꿈을 적용했고,
명칭(브리지스, 소각장 등)도 통일했습니다.





〈순조로운 것 같군.
하지만 조심해라, 곧 *BT 지역에 접근할 거다〉

* 원문: 座礁地帯(자초지대)

"그래, 괜찮아."

캐피탈 노트 시티에서 소각장까지 이어지는 이 루트를
샘이 밟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낯선 지역은 아니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캐피탈과 센트럴 주변 지역으로의 배송 의뢰가 늘었기 때문이다.

북미 대륙의 동해안──
한때 미국의 정치와 경제 중심지였던 곳.

그래서 브리지스의 거점이 존재했고,
대통령도 이곳에서 지휘를 맡았다.

샘에게는
씁쓸한 기억과 동시에
어린 시절의 달콤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끌려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짐을 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채.

〈저기, 샘. 좀 묻기 곤란한데……
네크로화 조짐 같은 건 느끼지 않나?

대통령은 말기 암 환자였어.
전신이 암세포에 침식당하고 있었지.

그게 네크로화 한계 시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데드맨의 말에
샘은 짜증을 느꼈다.

시신 운반을 떠넘긴 것도 모자라
또 문제는 없느냐며 간섭해 온다.

사람을 지킨다고 말하면서
실상은 구속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자초지대 위치는 알고 있어.
우회 경로도 파악하고 있지.

브리짓이 언제 네크로화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
운이 없으면 거기서 끝일 뿐이야.
나든 당신이든."

〈그래, 샘. 미안하다.
보통의 네크로화는 48시간쯤 걸리지.
하지만 더 빨라질 수도 있거든.
그게 걱정돼서……〉

말을 더듬는 데드맨의 목소리엔
거짓이나 계산된 뉘앙스는 없었다.

샘과 시신의 네크로화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믿으란 말은 하지 마.
당신들 의뢰는 제대로 끝낼 거야.

그러니까 이게 끝나면
이 손목장치 좀 풀어.

당신들과의 연결은
이 의뢰로 끝이다."

최대한 감정을 죽이고
냉정하게 말한 거였지만,

데드맨은 어색하게 웃으며
통신을 꺼버렸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대지에 낮게 붙어 자라난 풀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목표인 소각장은
저 앞의 구릉지를 지나면 나온다.

시신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카이랄 입자의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소각장은 분지 지형에 설치된다.

데드맨이 무전으로 언급했던 BT 지역──
즉, BT가 배회하는 곳.
생과 사가 뒤엉킨 특이점.

그 장소는 소각장 바로 옆에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그 범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BT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대략적인 구역만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샘이 메고 있는
브리짓의 시신엔
아직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녀가 죽은 지는
불과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고,

데드맨이 걱정하는
이례적인 빠른 네크로화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급할 게 없다.

이전에 이고르와 함께
사체를 처리했던 그때처럼
긴급한 상황은 아니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BT 지역을 우회해
소각장으로 가는 것이 옳다.

샘은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다.

몸 전체가 안테나가 된 듯
신경을 곤두세웠다.

크게 숨을 들이쉰 뒤,
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브리짓 스트랜드──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아니라,
샘의 양육자로서의 한 여성을
망설임 없이
죽은 자의 세계로 배웅하기 위해서.

★   //캐피털 노트 시티 인근 / 소각장

수직으로 솟은 절벽 사이 좁은 길을 빠져나가자, 시야가 갑작스레 트였다.
눈 아래, 사발처럼 움푹 들어간 지형이 펼쳐져 있었다.
그 끝자락에, 거대한 깔때기를 거꾸로 뒤집어 엎어놓은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이 목적지인 소각장이었다.

샘은 어깨를 흔들며, 등에 멘 짐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예상대로 좌초지대를 우회할 수 있었다.
시신이 네크로화할 조짐도 아직 없었다.
이제 이 짐만 납품하면 된다.
곧 끝난다.
시신을 소각하고, 그녀의 카르(혼)를 죽은 자의 세계로 배웅한다.
그러면 그녀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이걸로 모두 끝이다.
아메리카도, 아메리카 재건이라는 악몽도.

소각장의 게이트가 샘을 스캔하고 입장을 허가한다.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등간격으로 굵은 기둥이 세워져 있고,
형식적으로 달린 조명이 밋밋한 공간에 겨우 색을 입히고 있었다.

샘의 접근을 감지하자, 바닥에서 원기둥이 솟아올랐다.
짐의 납품과 접수를 담당하는 배송 단말기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장소, 인생의 종착지인 이곳에서
사람은 짐으로 취급된다.
카르가 빠져나간 니쿠타이(육체)는 더는 사람이 아닌 물체일 뿐이다.

이곳을 찾는 건 시체 처리반뿐.
상주 인원이 없기에 시설 유지관리도 되지 않는다.
창문 유리는 깨진 채 방치되어 있고,
콘크리트 바닥에 난 균열도 복구된 흔적이 없다.
이곳이 사람을 위한 장례 장소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단말기의 안내에 따라
샘은 짐을 등에 내리고, 지시된 위치로 옮긴다.
바닥이 슬라이드되며 입을 열었다.
단말기의 지시에 따라 짐을 그 안에 넣는다.
이걸로 일이 끝났다.

그 순간, 어깨 너머에서 하얀 것이 흘러내렸다.
깃털이었다.
브리지트의 집무 책상 위에 있었던 깃털 펜의 깃털──
그럴 리가 없다.
그건 병실을 집무실처럼 꾸미기 위한 연출일 뿐.
실체 없는 홀로그램이었어야 한다.

샘은 고개를 저었다.
깃털은 시신 가방 위로 내려앉았다.
내열 유리 문이 닫히고,
버너에서 불꽃이 치솟는다.
순식간에 깃털이 불에 타고,
시신 가방도 화염에 휩싸인다.
그 아래에 있던 니쿠타이(육체)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안녕, 브리지트.
당신이 돌아갈 육체는 곧 사라진다.
당신의 카르는, 편안히 죽은 자의 세계로 가기를.
바란다면, 당신이 꿈꾸던 아메리카의 꿈과 함께.

샘은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다.

죽어가는 아메리카를 위한 송별.
구세대의 꿈을 불태우는 마지막 의식.
이제 이걸로 끝이다.
아메리카는 끝났고,
이제 더는 아메리카를 짊어질 이유도, 의미도 없다.

샘은 눈을 떠서,
아메리카 종언의 이 장소를 떠나려 했다.

〈샘!〉
손목의 수갑이 요동쳤다.
데드맨의 목소리였다.

〈고맙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다〉
그 목소리를 지우듯,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임폴이 내릴 조짐이다.

샘은 얼굴을 찌푸렸다.
브리지트의 시신을 태운 영향으로 카이랄 농도가 상승해,
이 일대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타임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데드맨의 부탁 따위 듣고 있을 시간은 없다.

〈샘, 또 다른 짐도 소각해줘〉
이번에는 다이하드맨이었다.
또 다른 짐?

손목 수갑이 진동했다.
허공에 떠오른 스크린에
샘을 향한 의뢰가 표시되었다.

하나는 브리지트의 시신 소각.
다른 하나는 BB-28의 소각이었다.

〈샘, 시체 처리반 이고르가 사용하던 BB야〉
데드맨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가 귀환했을 때, 크레이터에서 발견됐지.
너의 몸에 연결되어 있었어〉

샘은 배낭을 확인했다.
작은 짐 케이스가 있었다.
이고르에게서 넘겨받은 BB 포드였다.

왜 이게 여기 있는 거지?

〈폐기가 결정됐거든〉

샘은 포드를 꺼내 그 안을 들여다봤다.
인공 양수에 떠 있는 태아가
몽실몽실 떠다니고 있었다.
수영하듯, 손발을 흔들며.

〈브리지스 본부도, 센트럴 노트 시티도 소멸했다.
그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브리지스의 판단이다〉

"아직 살아 있어."

〈그건 그냥 장비의 하나일 뿐이야.
살았느니 죽었느니 할 개념은 적용되지 않아.
회복 가능성도 없어.
만약 포드에서 꺼낸다 해도,
‘생명’으로서 살아갈 가능성은 없지.
처분할 수밖에 없어〉

죽이는 게 아니라, 폐기인가.
샘은 다시 한 번 포드 속 BB를 들여다봤다.
이 아이를 소각하다니.
누가 봐도 아기다. 장비가 아니다.

〈장관도 승인했어〉

천둥소리가 귀를 찢었다.
내장을 뒤흔들 만큼의 굉음이었다.
손목 수갑이 침묵하고,
데드맨과의 무전이 끊겼다.

소각장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소각장은 어둠에 잠겼다.
블랙아웃 현상이었다.
타임폴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느껴졌다.
등에서 목덜미까지 소름이 돋는다.
놈들이 오고 있다.
가슴에 안은 포드 속에서 아기가 떨고 있었다.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샘은 창가로 이동했다.
밖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금이 간 유리에 비가 거세게 내리꽂히고 있다.
유리는 액화되며 창틀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생겨나
창문에 부딪혔다.
커다란 손바닥이었다.

샘은 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놈들이 온 것이다.
숨을 멈추고,
창밖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정신을 차리니
양 볼에는 눈물이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바닥은 실내의 기척을 찾듯 움직인다.
처음엔 창틀을 더듬다가,
곧 금이 간 유리를 발견하고는
그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벽을 타고 내려와 바닥으로.

손바닥이 나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샘은 뒤로 물러섰다.
등을 벽에 붙이고,
입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오한과 구역질이 밀려왔다.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

보려고 해도,
볼 수는 없었다.
샘은 눈을 감고
온몸으로 놈들의 기척을 붙잡으려 했다.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아마도 십수 체의 좌초체(BT)가
소각장을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소각 전에 네크로화한 시체들이
이 일대에 모여든 것이다.

〈샘, 괜찮은가.
카이랄 농도가 올라가고 있어〉

갑자기 무전이 복구되며
샘의 고막을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장관이었다.

카이랄 농도의 증가는
죽은 자의 세계와의 근접도를 뜻한다.
지금 이곳은
죽은 자의 나라에 극도로 가까워져 있다.
샘이라는 산 자가 여기를 떠나지 않는 한,
죽은 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대로 방치하면
대소멸이 발생한다.
이곳이 크레이터가 될 순 없다.
브리지트의 육체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다.
그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이곳만큼은 지켜야 한다.

옆구리에 낀 포드 안에서
아기가 몸을 움직였다.
그래, 이 아이도 지켜야 해.
지금 이곳에서 살아 있는 건
샘과 BB뿐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샘은 포드에 수납된
제대 코드(탯줄)를 꺼냈다.
잘 될지는 자신 없다.
하지만, 함께 결속의 끈에서 돌아온 존재다.
상성이 좋을 리 없다.

샘은 코드 끝을
자신의 복부에 있는 플러그에 연결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코드의 연결을 확인하고,
포드를 흔든다.
아기는 눈을 감은 채
인공양수에 잠겨 있을 뿐이다.
반응의 기척도 없다.

이 아이는 역시 불량품인가.
아니면 이미 망가진 건가.

──이봐.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야, 나랑 같이 돌아가자.

그러자, 아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복부에서 꼬리뼈를 따라,
척수를 따라 전류가 내달린다.

두뇌가 비명을 지르고,
의식이 폭발한다.

두개골이 산산조각나고,
두피를 찢고,
몸의 윤곽이 사라진다.

포드 안의 BB가 웃고 있는 환영이 보인다.
샘도 미소로 응답한다.

폭발한 의식이 BB를 끌어안고 수렴된다.
BB와의 연결을 또렷이 인식했다.

왼쪽 어깨의 오드라덱이 작동하여,
죽은 자들의 위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타임폴에 젖은 죽은 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말도 안 돼.
숨이 막혔다.
상상 이상이었다.

인간의 실루엣들이,
대지에서 솟아난 탯줄 같은 것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다.

눈을 좁혀보면,
그것들은 미세한 입자들의 집합이었다.

입자들이 흘러내리듯 불규칙하게 꿈틀거리며
사람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놈들은 이쪽을 볼 수 없다.
생자가 내뿜는 소리나 숨결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기척을 지우고,
들키지 않도록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BB가 있다.

보통이라면 감지할 수밖에 없는 이 능력을,
BB는 확장시켜준다.

즉, 놈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이며,
소각장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타임폴에
금세 온몸이 흠뻑 젖는다.

머리를 덮은 후드도
얼마나 비를 막아줄지 알 수 없다.

망설이다가는 포터 슈트가 손상돼서,
그 아래의 피부가 노인의 것처럼 바스러지고 말 거다.

그만큼 격렬한 폭우였다.

무릎을 낮추고,
소각장의 외벽을 따라 움직인다.

오드라덱의 끝이
푸른빛을 내며 빠르게 열리고 닫히며,
죽은 자들이 떠도는 공간을 수색한다.

아직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대로 벽을 따라 나가면,
놈들이 밀집한 구역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의 포드를 쓰다듬었다.
잘 부탁한다, BB.

그에 화답하듯 오드라덱이
샘의 앞쪽을 가리켰다.

십자 모양으로 고정되며,
경고의 붉은 빛을 내뿜는다.

적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숨을 죽이고,
몸을 더 낮춘다.

목덜미의 머리카락이 타는 듯 뜨겁다.
비릿한 냄새가 콧속을 찌른다.

머리 바로 위에서 거대한 충격이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안다.
검은 손자국이 찍혀 있을 것이다.

움직여선 안 된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숨을 참는 탓에 어지럽다.
시야가 일그러지고,
빗소리가 멀어져 간다.

땅은 점액질의 타르처럼 질척거린다.

손이 벽을 따라 내려오더니,
샘 바로 옆에 손자국을 찍었다.

그 움푹한 자리에 붉은 실금이 흘러내린다.
부츠의 틈에서 스며나온 샘의 피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머뭇거린다.
망설이며 손을 내밀다 이내 거둔다.
닿아선 안 되는 것을 두려워하듯
방향을 틀고 멀어져 간다.

잠시 후, 오드라덱이 십자를 풀었다.
놈들은 일단 저편으로 물러난 것이다.

샘은 약간 다리를 끌며
타임폴 속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약해지고,
앞쪽 하늘이 희게 밝아오자,
오드라덱이 정지했다.

샘의 오감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BT지역을 벗어난 것이다.

포드 안의 BB는
손가락을 입에 문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잠든 모양이다.

죽은 자 무리가 에워싼 그곳에서,
이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는 얼마나 컸을까.

샘은 포드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자연스럽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샘, 들리나?〉

데드맨이었다.

〈설마, 그 BB랑 접속한 건 아니겠지?〉

샘의 대답도 듣지 않고,
흥분한 목소리로 몰아쳤다.

물론, 아래는 모바일 가독성을 고려해 줄바꿈한 버전이야:

〈그건 불량품이야.
그리고 너 같은 능력자가 그걸 사용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능력자와 BB의 접속은
너무 위험해.

확실히 그건 네 능력을 확장시켜주지.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서로의 의식이나 기억이 간섭하거나
공명하게 되는 거야.

운이 나쁘면 BB는 자가중독을 일으키고,
너는 이쪽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그 말을 무시하고,
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타임폴을 몰고 오는 구름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태양은 희미한 윤곽만을 드러낼 뿐이었다.

앞으로 위험한 지대는 없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 수갑 같은 장치를 풀고
다시 ‘샘 포터’로 돌아가면 된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이 BB다.

데드맨 말대로 정말 불량품이었던 걸까?
혹시 너무 무리하게 써서
망가진 건 아닐까?

가슴에 장착된 포드를 들여다본다.
BB는 여전히 눈을 감고
양수에 떠 있었다.

사실 BB를 장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정규 BB를 쓰는 프리랜서 포터들도
아예 없진 않았다.

피치 못하게 그런 동료들에게
빌려본 적도 있다.

그래서 데드맨의 말도
납득은 갔다.

아니, 어쩌면
데드맨이 아는 것보다 현실은 더 끔찍했을지도 모른다.

BB를 장비하고 나면,
어떻게든 기분이 가라앉고 말았다.

메스꺼움이나 오한 정도는 약과다.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이 밀려들기도 했다.

그건 샘이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BB와의 접속은 예외였다.
다른 BB들과는 달리
접속 후 후유증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함께 ‘결절’에서 돌아온 BB였기에,
특별한 연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살려주고 싶었다.

아니면 브리지스의 기술로
뭔가 해결할 수는 없는 걸까.

저 멀리
캐피털 노트 시티로 향하는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야.〉

데드맨의 무전이
샘의 기대를 꺾는다.

〈계속 너희 둘을 모니터링하고 있어.
너는 괜찮지만, BB는…〉

게이트의 오드라덱이
샘을 스캔하고 받아들인다.

〈유감스럽지만
한계를 넘었을 거야.
폐기할 수밖에 없어.〉

그 말에
샘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대로 이 아이를 병동으로 데려가면
폐기처분 당할 것이다.

샘은 포드를 주먹으로 톡톡 두드려본다.

BB는 반응하지 않는다.
말을 걸어도,
포드를 쓰다듬어도,
흔들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샘은 제대 코드를 분리하고
가슴에서 포드를 떼어냈다.

다시 자신과 접속하면
리셋이 될지도 모른다.

포드의 창이 꺼지고
BB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기를 달래듯
포드를 들어 올리자
검게 변한 창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울다 웃는 듯한 그 표정이 싫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확실히 포드 안의 BB가
웃고 있었다.

다시 연결하자.

샘은 BB와 재접속했다.

두뇌 속으로
아기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안도와 들뜬 감정이 뒤섞인
맑은 웃음소리였다.

잘 됐다.

샘은 눈을 감고
BB와의 연결을 느끼려 했다.

괜찮아, 너는──

──BB, 아빠야.

갑자기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본 적 없는 얼굴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형언하기 어려운
기묘한 비전이었다.

공포와 그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 환각을 떨쳐내기 위해
샘은 머리를 흔들었다.배송 센터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리는 사이
포드와 연결된 제대 코드를 뽑고
가슴에서 포드를 떼어내어
슬로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데스 스트랜딩 공식 소설 (GPT 번역) #4 — 에피소드 2-1





EPISODE 2 - 브리짓

── BB, 들리니?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다.
역광 때문에, 그 얼굴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누구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도 팔도 묶인 채, 자유가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조차 닦을 수 없었다.

── BB, 지켜줄게.

그 목소리가 들려오고, 샘은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 꾸고 있던 악몽을 떨쳐내듯,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무언가에 끌려 넘어졌다.

오른손목에 둔한 통증이 느껴졌다.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반대쪽 고리는 침대 프레임에 연결되어 있었다.

힘껏 팔을 들어 올려도, 손목만 아플 뿐
수갑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자유로운 왼손으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천천히 호흡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본 적 없는 방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수갑이 의미하는 바도.

몸을 틀어 보았지만,
상반신조차 제대로 일으킬 수 없었다.

드러난 팔이며, 등과 가슴 어딘가에는
분리의 세계에서 돌아왔다는 증표──
죽은 자의 손자국이 찍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더 신경 쓰인 건,
팔꿈치 안쪽에 남아 있는 주사 자국이었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샘은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수갑이 프레임에 부딪히며
금속음이 방 안을 울렸다.

“오, 깨어났군.
결속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기분은 어때?”

갑자기 그런 질문이 들려왔다.

무릎까지 오는 붉은 재킷으로
통통한 몸을 감싼 남자.
오른손목에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언제 들어온 건지,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올려다보니, 이마에는 수평으로 크게 난 흉터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에는
온화한 빛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의사다.
뭐, 원래는 해부의였지만.”

그렇다면 반짝이는 붉은 재킷도
의료용 작업복일까.

자세히 보니,
목에는 청진기 같은 기구를 걸고 있었다.

남자는 한 손을 들어,
수갑 찬 손목을 살짝 틀었다.

마술사 같은 경쾌한 동작이었다.

그에 반응하듯,
샘의 수갑 한 쪽이 풀렸다.

침대에서는 벗어났지만,
손목엔 여전히 수갑이 매달려 있었다.




상반신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은 샘은
수갑과 남자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나는 데드맨. 죽은 자들과는 사이가 좋아.
물론 자네와 달리, 난 죽어본 적은 없지만.”

샘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데드맨이라 자칭한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샘은 그 손을 무시했다.
그 손에 닿을 수 없었다.
악수할 이유도 없었다.

잠든 사람을 수갑으로 묶은 장본인일지도 모르는 자와,
악수 따윈 할 수 없다.

샘은 악수 대신, 수갑을 벗으려 시도했다.

“그건 안 푸는 게 좋아.
내 전문은 아니지만, 그게 자넬 지켜줄 테니까.”

데드맨은 붉은 재킷의 소매를 걷어
자신의 수갑을 보여줬다.

샘과 같은 부류라는 뜻인가.

“죄수란 말인가.”

“수갑이 아냐.
그건 우리를 연결해주는 최신형 장치야.”

“우리?”
샘이 되묻자, 데드맨은 등 뒤 벽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리자, 거미줄과 북미 대륙이 겹쳐진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너희는──”

“그래. 브리지스다.”

데드맨의 목소리엔
어딘가 자부심 같은 게 배어 있었다. 착각일까.

“미래로 향하는 다리, 혹은 멸종을 향한 연명.”

수수께끼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붉은 재킷의 칼라를 가리켰다.
벽에 있던 것과 같은 모양의 배지가 달려 있었다.

“여긴 어디지? 지금 몇 시야?”

샘의 질문이 들리지 않았던 건지,
데드맨은 다시 마술사 같은 동작으로 오른팔을 들어
수갑의 한쪽 고리를 풀어 샘에게 보여주었다.

“봐, 이렇게──”

풀었던 고리를 다시 손목에 채워 보였다.
자, 자네도 해보게.

유도에 따라, 샘도 풀린 고리를
오른쪽 손목에 채웠다.

순간, 피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번졌고,
샘은 낮게 신음을 흘렸다.

“진정하게.
그 수갑 장치는 자네의 몸과 연결되어 있어.
그걸로 자넬 24시간 감시── 아니, 우리가 지원하게 되는 거지.”

공중에 떠 있는 모니터에는
날짜와 함께 샘의 체온, 맥박, 혈압, 뇌파 등
생체 데이터가 표시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고?”

보이드 아웃에서 돌아온 뒤,
이렇게 오래 잠든 적은 없었다.
누군가 의도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

“그 사이에 자네의 특수한 체액을 좀 채취했지.”

뻔뻔스럽게, 데드맨이 그렇게 말했다.
샘은 오른팔의 주사 자국에 손을 댔다.




“당신은 귀환자니까. 특별한 존재지.”

뒤처짐도, 죄책감도 없이,
보이드 아웃에서도 소멸하지 않는
특이한 육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데드맨은 그렇게 말했다.

의사라기보단 학구적인 연구자 같았다.

하지만 그런 육체라도 다른 원인으로 훼손되면
영혼은 이 세계에도, 죽은 자의 세계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영혼은 매듭을 영원히 떠돌게 된다.
그 공포를 아는 자는 없다.
이 남자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혼수 상태의 샘에게서
피를 뽑고 체액을 채취한 일은
해부학적 관심을 채우기 위한
학문적 행위였을 것이다.

“시체 처리반은 어떻게 됐지?”

“센트럴 노트 시티는
보이드 아웃에 휘말려 날아가버렸어.
이젠 거대한 분화구만 남았지.”

샘은 눈을 감고, 이고르와 운전사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입술을 꽉 깨물고,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건
죽지 않는 능력을 가진 자네랑,
자네와 연결돼 있던 결함 있는 BB뿐이었어.”

담담히 전하는 데드맨의 말투에서
샘의 능력에 대한 정보도 이미 파악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브리짓지스라면 그럴 만도 했다.

“BB는 무사한가?”

“유감스럽게도, 기능을 다해서 폐기했지.”

간신히 살아 돌아왔는데도 폐기했다고?
무슨 말이냐고 따지고 들려다, 샘은 입을 다물었다.

데드맨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너머 어디 먼 곳을 응시하듯.

“다 사라졌어.
시체 처리반 이고르도, 운전사도.
브리짓지스의 실행부대도,
제2차 원정대도, 대부분 소실됐어.

우리 본부까지 포함해서,
센트럴 노트 시티 자체가 사라졌거든.

당신들이 BT와 보이드 아웃을 일으킨 그 장소를 중심으로
주변이 전부 거대한 분화구로 변했어.

보이드 아웃의 섬광과 충격은 여기까지 닿았지.
이 캐피털 노트가 센트럴과 가까운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강력할 줄은 몰랐어.”

데드맨은 안경을 벗고 눈두덩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여기,
이 캐피털 노트 시티, 즉 새드베리 지부가
본부로 격상됐지.

이틀이 지났지만, 혼란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어.

다행히 장관들과 일부 부대는
보이드 아웃을 면했기 때문에,
지휘 체계는 살아 있어.”

그는 마치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 말했다.

센트럴과 캐피털,
두 도시는 동부 최대의 도시였고 서로 인접해 있었다.
센트럴만 소멸한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막 깨어난 네게 미안하지만,
부탁할 게 있어.”

데드맨의 표정이 느슨해졌다.
방금 전의 딱딱한 얼굴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샘은 아직 말문을 열지 못했다.

BB, 이고르, 노트 시티, 브리지스 실행부대──
이 세상에 남은 건 또다시 자신 혼자뿐이었다.

“이게 귀환자의 낙인이냐?”

어느새 샘의 등 뒤로 돌아온 데드맨은,
호기심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잠든 사이 벌어진 일은 차치하고,
그를 밉게 느끼진 않는 자신에게
샘은 놀랐다.

평소 같았으면
침묵의 벽을 세우고 상대를 밀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샘은
자신의 몸에 가득 찍힌 손자국을
그가 들여다보게 놔두고 있었다.

아마 그것은, 죽어간 자들에게 남긴
가장 소박한 죄의 고백이었는지도 모른다.

샘의 몸에 새겨진
셀 수 없이 많은 손자국──
그것은 샘이 짊어진 죄와 벌,
죽음과 재생의 무한한 되풀이였다.

등 한가운데 어딘가엔
막 찍힌 손자국이 하나 있을 것이다.
2일 전의 보이드 아웃과
거기서 돌아온 귀환의 증거.

데드맨은 의사가 진찰하듯
손을 뻗었다.

그 생체의 기척에
샘은 본능적으로 팔을 빼며 피했다.
사냥꾼의 손을 피하는 짐승처럼.

“그렇군.”

화난 것도, 놀란 것도 아닌 말투로
데드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넌 접촉공포증이군.
그래서 혼자 있는 건가. 아니, 거리를 두는 거겠지.”

샘은 더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은 혼자다.

죽음조차 거부한 몸.
살아 있는 이와 손조차 맞닿을 수 없는 존재.

“기억해두지, 샘.”

데드맨은 손바닥을 휘저은 뒤
방 구석의 카트를 가리켰다.

“긴급 배송이다.”

거기엔 소형 서류가방 같은
배송용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대통령에게 모르핀을 전해줘.”

“대통령?
이제 미국은 존재하지 않잖아.
소멸한 센트럴 노트 시티의 시장 같은 건가?”

“아니, 시장이 아냐.
미국은 아직 살아 있어.
말기암으로 위중하지만,
우리 세계와는 여전히 연결돼 있어.”

샘의 냉소는
데드맨에게 통하지 않았다.

“왜 내가?”

“가보면 알아.
네가 이걸 전할 이유와 책임이 있어.”

“네가 가지 그래.”

샘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데드맨은 미소지었다.

“난, 거기 없거든.”

데드맨은 샘에게 다가온다.
이마에 난 굵은 상처,
땀에 살짝 젖은 머리카락 뿌리와 솜털까지 보였다.

샘은 데드맨을 피하려 몸을 틀었다.

숨결, 체취, 체온──
접촉공포증인 샘이
가장 싫어하는 살아 있는 자의 흔적이
조금도 전해지지 않았다.

아, 죽은 자구나.
샘은 그렇게 받아들이려 했지만──

다음 순간,
데드맨의 몸이 샘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갔다.

샘의 등 뒤에서
자랑스런 마술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홀로그램이야.
진짜 나는 저쪽 격리병동에 있어.”

데드맨은 벽 너머를 가리키며
카트 앞으로 다가갔다.

“모르핀은 여기 있다.”

소형 컨테이너에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아무것도 쥐지 못했다.

“샘 포터 브리지스.
현재 상태는 브리지즈와의 프리랜서 계약.
너에게 배송 의뢰가 있다.”

누가 봐도 뻔한 핑계였다.
샘은 고개를 젓고,
거기 없는 데드맨을 노려봤다.

“모르핀이라면 병동에 있겠지.
진짜 목적은 뭐냐?”

이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시작된 거지?
누가 써낸 각본인가?
그건 어디까지 실현되고 있는가?

샘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좋아, 솔직히 말할게.
대통령이 널 만나고 싶어 해.”

놀랍진 않았다.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샘, 널 기다리고 있어.”

대통령 곁에 있는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짰다.

그곳에 가면, 대통령뿐 아니라
그 책략가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샘은 그렇게 확신했고,
데드맨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진짜 마술사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샘은 컨테이너를 들어올렸다.

“좋아, 그거면 됐어.
나중에, 저쪽에서 보자고.”

데드맨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몸이 중력을 무시한 듯 부드럽게 떠올랐다.

붉은 롱 재킷이 형체를 잃고 부풀어 오르며
그 안에 있던 몸이 무한히 분열되더니,
입자화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미소만을 남긴 채, 데드맨은 사라졌다.

샘 포터 브리지스는
짐을 전달하기 위해,
배달부로서의 일을 다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3 에피소드 1 끝



올려다본 하늘은,

검은 타르처럼 짙게 깔린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태양빛은 완전히 차단됐고,
지상은 마치 밤처럼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타임폴은
접촉한 대상의 시간을 빼앗는다.
그리고 그 비를 내리는 카이랄 구름은
밤과 낮의 감각마저도 지워버린다.

이 감각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이,
그저 어긋나버릴 뿐이다.

방금 전까지
어둠 속을 파고들던 트럭의 전조등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비추고 있었다.

앞을 주시하며 기둥을 붙잡은 채
이고르의 콧속을 찌른 건──
소금기 섞인 냄새였다.

바다는 이곳에서 한참 떨어져 있을 텐데.
그 냄새는 콧속을 타고, 눈물로 바뀌어 떨어졌다.
틀림없는 ‘저편’의 냄새였다.
죽은 자들의 세계, 그 냄새.

그 순간──
모터가 비명을 질렀고,
전조등이 꺼졌다.

비와 어둠뿐인 세상.
동력을 잃은 트럭이,
정지했다.

운전사가 다급히 소리치며
모터를 다시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진정해.
일시적인 정전일 뿐이야.

리고르는 뒷유리를 통해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타임폴은
전자기파에 영향을 주어
전기 계통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곧 회복될 것이다.

진정해──
자신에게, 그리고 운전자에게 되뇌었다.

그게 통했는지
운전석 안쪽에 불빛이 돌아왔고,
전조등도 다시 켜졌다.
모터도 곧 살아날 것이다.

조금 안도하며 샘을 바라보자,
그의 시선이 이고르의 왼쪽 어깨로 향해 있었다.

그 어깨에 장착된
오드라덱이라 불리는 감지기의 끝이
손바닥 모양으로 펼쳐졌다.

바닷내음, 오한,
울컥이는 구역질, 어지럼증까지──
모두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들은 근처에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 오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드라덱은
공기를 휘젓듯 불안하게 깜빡이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 장치는 BB와 연동되어
죽은 자들의 위치를 가리켜주는 인터페이스다.

만약 BB가 그들을 포착하고 있다면,
오드라덱이 방향을 가리킬 터였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의 기운이 짙은데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다니──

“샘, 뭔가 보여?”

“아니, 아무것도 안 보여.”

화를 참는 듯한 어조였다.
샘 역시
죽은 자들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이고르는 가슴에 매단 포드를 톡톡 두드렸다.
부탁이야. 우릴 좀 구해줘.
그 괴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갓난아기가 칭얼대듯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오드라덱이 거세게 회전을 시작했다.
부서진 풍차처럼
멈출 줄 모르고 돌아가기만 한다.

“이 BB, 불량품인 걸지도 몰라.”

누구에게라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던진 말이었다.

그 순간──
모터가 다시 살아났다.
타이어가 땅을 물고, 트럭이 달리기 시작했다.

스며들 듯 번져오는 죽음의 기운에서
단 1초라도 빨리 도망치기 위해
트럭은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고르는
몸이 흔들리지 않게
기둥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찌릿하게 진한 악취가
콧속을 뚫고 뇌를 후벼팠다.

그리고──
회전하던 오드라덱이 갑자기 멈췄다.

손바닥 모양이 십자형으로 변하더니
정면을 가리켰다.

……큰일이다.

놈들이──
바로 저 앞에 있다.

트럭은 지금,
죽은 자들의 영역을
정면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차량 전체가 요동쳤고,
운전사의 비명과 브레이크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운전사의 어깨 너머로,
프런트 유리에 시커먼 손자국이 찰싹 붙어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 손의 주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몸이 휙 들려 허공에 떴다.
막무가내로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무언가 소리를 질렀지만, 말이 되지는 않았다.

이고르는 트럭의 짐칸에서 튕겨 나가
땅에 세게 내팽개쳐졌다.

――으윽…

신음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질척이는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본다.

신음 소리는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운전사가,
넘어진 트럭 아래 깔려 있었다.
하반신은 보이지 않았다.

등을 바닥에 뉘인 채
상반신만 간신히 비틀어 팔을 휘저으며 몸부림친다.

타임폴에 맞은 얼굴은,
노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깊게 팬 주름, 새하얘진 머리카락.

하지만 “살려줘…” 하는 그 목소리는
아직 청년의 울림을 간직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구해줄게.

이고르는 트럭 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시야 한쪽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샘이었다.
샘이,
떨어진 시신 가방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넘어졌을 때 다친 걸까,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고 있었다.

검게 변색된 시체 가방,
그 얼굴 부분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비틀린 황금빛 가면을 억지로 뒤집어쓴 인간 형상의 관.
배꼽 부근에서는
수많은 미세한 입자가 샘솟고 있었다.
그것들이 실처럼 연결돼,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네크로화의 마지막 단계.
인간이 죽은 자에서 괴물로 변이하기 직전의 상태.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일이──
시체 처리반으로 배속됐을 때 들었던 설명이──
지금,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었다.

――인간은 죽으면,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온다.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한 개념,
생명의 요소를 구성하는 ‘에레멘트’를 응용한 설명이다.

만약 육체가 불완전하게 남아 있다면,
영혼은 그 육체를 찾아 헤매게 된다.

죽은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육신을 찾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돌아갈 몸이 없다는 걸
영혼에게 알려주기 위해,
죽은 자는 즉시 소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혼은 좌초된 존재──
Beached Things가 되어
살아 있는 자를 찾아 돌아다닌다.

그게 바로 ‘BT’,
저 놈들의 정체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좌초지대,
스트랜드 존(Stranded Zone)이라 불린다.

지금 이걸 곱씹어서 뭐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고르는 운전사를 구하기 위해 그의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었다.
어떻게든 끌어내 보려 발버둥친다.

하지만……
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비명을 내지르는 운전사의
고통과 공포를 덜어줄 수조차 없었다.

“말하지 마! 숨도 쉬지 마!”

샘의 목소리에 이고르는
확, 뒤를 돌아봤다.

그래,
그랬지──

이고르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운전사도 그대로 따라 했다.

십자 형태로 벌어진 오드라덱이
두 사람의 머리 위를 가리키며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가 BT를 볼 수 없듯이,
놈들도 우리를 볼 수 없다.

생자의 숨결이나 소리를
단서 삼아,
살아 있는 자를 찾아 헤맨다.

손자국은
놈들이 생자를 찾는 흔적이다.

……설명서 그대로였다.

이고르 바로 옆,
뒤집힌 트럭 문에
검은 손자국이 찍혔다.

그 손자국은
서서히 아래로,
문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BT는──
바로 근처에서
우리를 찾고 있다.

23-24





숨을 멈추고,
소리도 내지 않고,
모든 기척을 죽인다.

지금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예상대로,
손자국은 둘에게서 멀어져갔다.
샘에게 경고해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신 가방이 크게 경련을 일으켰다.
그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마침내 떨림은 멈추지 않게 된다.

시체 가방을 고정하고 있던 벨트가
철컥, 철컥, 하고 잇따라 끊어진다.

작게 떨리는 가방 아래 땅바닥에서는
끈적한 타르 같은 물질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가방에서는 여전히 미세한 입자들이 방출되고 있다.
샘이 얼굴을 들었다.

“……망했네.
네크로화가 진행됐어.”

그렇게 중얼거린 샘을 눈치챘는지,
손자국이 샘 쪽으로 향한다.

아니, 어쩌면 이제 막 네크로화된 시신──
새로 생겨난 '동료'를 맞으러 간 걸지도 모른다.

입을 틀어막은 채,
이고르는 손자국의 행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샘은 진창에 엉덩이를 붙이고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손자국을 노려보고 있다.

손자국은 마치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샘인가, 시체인가──

……시체 쪽으로 가라.
이고르는 그렇게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닿지 않았다.
손자국은 샘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완전한 죽음──
네크로화된 시체는,
끝까지 집요하게 생자를 좇는다.

샘은 숨을 죽인 채,
다친 오른쪽 다리를 끌며 뒤로 물러난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샘은
“어서 도망쳐.”
하는 시선을 이고르에게 보낸다.

손자국은 움직임을 멈추고,
무언가를 갈피 잡지 못한 듯 머뭇거린다.

샘이 만들어준 이 틈──
놓칠 수 없었다.

이고르는 다시 한 번 운전사를 끌어내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이미──
운전사의 몸은 한계에 이르렀던 것 같다.

그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그 소리가 방아쇠가 되었다.

손자국은 다시 방향을 틀어
이고르와 운전사 쪽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정면으로 달려든다.

그뿐이 아니다.
차체 너머,
이고르의 등 뒤에서도
죽은 자들의 기척이 밀려오고 있다.

……포위됐다.

운전사의 비명을 뿌리치고
이고르는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좀 해줘…
그 목소리가, 죽은 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살아 있는 네가
죽은 자의 손자국에 붙잡히면──
죽은 자는 널 끌어안으려 들 거야.

생자와 사자,
물질과 반물질──
만나선 안 되는 것들이 맞닿으면
폭발이 일어난다.

“……살려줘.
살려줘, 제발──”

운전사는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그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 목소리를 향해
죽은 자들이 몰려든다.

이고르는 권총을 꺼내
운전사에게 겨눴다.

죽은 자는, 죽은 자를 탐하지 않는다.
죽은 자끼리는 포옹해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아.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천천히 힘을 준다.

그건
자신의 손가락이 아닌 것처럼 무거웠다.

이고르가 결심하기
조금 전──

보이지 않는 손이
운전사를 붙잡았다.

꼼짝도 못 하던 그의 몸은
트럭 아래에서 끌려나와
허공에 뜬다.

“…미안해.”

이고르의 방아쇠에서
탄환이 발사됐다.

총알은 운전사의 이마를 꿰뚫었다.
즉사였다.

이제,
죽은 자들은
운전사에게서 흥미를 거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부탁이야……」
라고 전하고 싶어 샘을 본다.

샘의 등 뒤──
전복된 트럭 위에,
사람 그림자가 서 있었다.

이고르가 바라보자,
샘도 뒤를 돌아본다.

후드와 망토를 걸친 그 모습은
어둠 속이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 그림자는
한 손을 허공에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피 냄새.
웅덩이에서 썩은 물 냄새.
고기와 내장을 썩힌 생선 냄새.

모두 섞여 몰아친다.

극심한 두통과 오한,
속이 뒤집히는 메스꺼움──

동시에,
두터운 구름층을 찢고
포효가 들려온다.

울음소리도, 비명도, 위협도 아니다.
단지 존재 자체를 꺾어버릴 듯한,
불길하고 무력한 소리.

오드라덱이 십자가 형태로 펼쳐지며
허공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가슴의 BB가
경련하듯 몸을 젖히고,
그대로 멈춘다.

……왔다.

발이 미끄러진다.
발밑의 땅이 단단함을 잃고,
흐르기 시작했다.

액체화된 대지──
하지만 진짜 액체가 아니다.

칠흑 같은 팔이
수없이 대지에서 솟구쳐 나와
이고르의 다리를 잡아끌고 있었다.

둘러보면──
이고르 주위의 땅은
이미 타르 바다로 바뀌어 있었다.

원래의 지형은 흔적조차 없다.

극단적으로 느린 슬로우모션의 바닷면처럼,
여기저기가 부자연스럽게 솟아오르고 꺼져 있었다.

트럭은 그 파도 사이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 위에 서 있던 실루엣은
이미 사라졌다.

강하게 다리가 잡아당겨진다.
왜인지 모든 게 이해되었다.
──발밑이 아닌,
위를 올려다본다.

……끝이다.

거대한 인간의 형상을 한 실루엣이,
하늘 위에 솟아 있다.

그 머리는 구름을 뚫었고,
양손에는 지면과 이어진
수많은 줄을 움켜쥐고 있었다.

지구라는 껍질을 뜯어내고,
내장을 뒤집어내기 위해
그 줄을 당기고 있다──

적어도 이고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저것에게 잡히면
‘대소멸(보이드아웃)’이 발생한다.

매뉴얼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던 기억이 난다.

네크로화가 진행된 시체는
이 세상에 대한 미련──
그것은 자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향한 미련으로 인해,
사자의 세계에서 ‘좌초(스트랜드)’되어 나타난다.

반물질과 같은 성질을 지닌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가 접촉하면
대소멸이 일어난다.

도대체 누가 그런 경험을 하고
이 세계로 되돌아와서
매뉴얼을 썼던 걸까……

그걸 떠올리는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며,
이고르는 외쳤다.

“도망쳐──!”

절망을 내뱉는 대신,
샘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하다──

이고르는
가슴의 포드를 떼어
샘에게 던지고,

권총의 총구를
자기 턱에 가져다 댄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 순간──
다리가 잡아채였다.

천지가 뒤집히고,
총알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며
총은 어디론가 떨어진다.

“……도망쳐……”

이제는 명령이 아니라
간절한 호소였다.

제발, 샘.
너만이라도 도망가 줘.

조금이라도 너에게
도망칠 시간을 줄 수 있다면──

이고르는
허리에 찬 나이프를 뽑아
왼쪽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포드의 접속 유닛에 걸려
궤도가 빗나갔다.

한 번 더──

칼끝이 유니폼을 찢고
살을 파고들어
갈비뼈를 긁어낸다.

한 번 더──

흉근이 저항해
심장을 보호하려 한다.

한 번 더──

보이지 않는 손이
이고르를 휘둘러
자살을 막으려 든다.

거꾸로 된 시야 너머,
샘이 보였다.

그 품에는──
BB가 안겨 있었다.

……도망쳐라.
그 아이와 함께 도망쳐 줘.

이고르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칼을 심장에 꽂았다.

……아프지 않았다.
아니, 고통은커녕
감각 자체가 없었다.

의식이,
몸의 소멸 지점으로
급격히 후퇴해간다.

육체와 의식이 분리된다──

‘죽음’이란 스위치가 켜지듯
갑자기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즈가 이행되는 과정.

즉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이고르의 ‘혼’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이고르의 육체는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거대한 인간의 형상을 한 죽은 자에게
삼켜진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가 마주쳐,
*대소멸(보이드아웃)*이 일어났다.

거인도,
이고르도
사라졌다.

그들은 엄청난 효율로
에너지로 환원되었고,
그 에너지는 주변을 집어삼키고,
파괴하고,
분해해 나갔다.

센트럴 노트 시티는 사라졌고,
샘 브리짓스와 BB도
대소멸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갔다.






28/203


에피소드 1 끝

데스 스트랜딩 공식 소설 (GPT 번역) #2 — 에피소드 1-1



EPISODE 1: 샘 포터 브리지스


"샘 포터 브리지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눈앞엔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깨어났네, 샘. 샘 포터 브리지스.”


샘은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며 기억을 되짚었다.


타임폴을 피해 근처 동굴로 몸을 숨겼고, 짐을 내려놓은 채 잠깐 눈을 붙였던 모양이었다. 아마 아주 짧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미안해.”


여자가 사과했다.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녀는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 고무 슈트로 목 아래를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샘의 질문에 여자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랑 마찬가지야. 비를 피해 들어왔지. 하지만 이제 타임폴은 멈춘 것 같네.”


동굴 밖을 보니 정말로 타임폴은 그친 듯했다. 옅은 구름 사이로 약한 햇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죽은 자들이 깨어나기 전에, 비는 지나간 듯했다.


“내 이름은 프래자일.”


여자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손 역시 검은 장갑에 싸여 있었다.


샘은 무의식중에 얼굴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악의는 없었다. 단지 서둘러야 했을 뿐. 악수하지 못한 어색함을 감추려, 바닥에 내려놓았던 짐을 들었다.


그녀 슈트에 그려진 마크는 익숙했다. 뼈로 된 손바닥이 짐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는 도안이었다.


“당신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


“그래? 영광인데.”


프래자일이라 밝힌 여자가 휘파람 부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당신을 잘 알고 있어. 샘 포터 브리지스── 전설적인 배달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짐을 정리했다. 어차피 이 여자도,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아닐 테니까.


“먹을래?”


프래자일이 불쑥 손을 내밀며 샘 얼굴 앞에 벌레 같은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그것은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크립토바이트야. 타임폴에도 면역이 생기지.”


애벌레처럼 생긴 그것을 살아 있는 채로 입에 던져 넣었다. 씹는 소리는 짐승이 고기를 뜯는 듯한 느낌을 줬다. 샘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있잖아, 우리랑 같이 일하지 않을래?”


프래자일은 평범한 여성의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혼자선 힘들잖아?”


“프래자일 익스프레스라면 인력은 충분할 텐데?”


프래자일 익스프레스는 대륙 중부에서 활동하는 배달 조직이었다.


국가가 붕괴된 직후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피해자들에게 물자를 전달하고 복구를 돕는 데 헌신한 조직 중 하나.


샘처럼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아닌, 사람과 자원이 풍부한 체계적인 네트워크로 이 세계를 지탱해왔다.


국가 기능이 마비된 지금, 그런 배달 조직은 더없이 중요한 존재였다.


“동료들에게 배신당했어. 대부분 돌아섰지. 내 조직은 이제 붕괴 직전이야. 게다가──”


그녀는 오른손 장갑을 벗었다. 그 손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주름과 검버섯으로 뒤덮인,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그 손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인의 손이었다.


“목 아래는 타임폴에 망가졌어. 내 몸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바라보았다. 눈물이 고인 듯 보였지만, 눈가와 입가는 젊은 그대로였다.


아마도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건, 고무 슈트 아래 감춰진 피부만이 타임폴에 의해 늙어버렸다는 사실일 것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


그녀의 진심이 무엇이든,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과 잃어버린 것들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


“나는 물건을 나르는 게 내 일이야.”


프래자일이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무전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여기는 브리지스 배달 센터. 샘 포터 브리지스, 들립니까? 계약 의뢰자 샘 포터. 수령인이 대기 중입니다〉 샘의 무전기에서 잡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때가 된 것이다. 이제 움직여야 했다. 샘은 짐을 다시 짊어지며, 말없이 그 사실을 전하려 했다.


“도시까지 가는 거구나.”


프래자일도 작고 가벼운 짐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어느새 우산이 들려 있었는데, 둥근 형태가 아니라 별처럼 뾰족한 모양이었다.


“비는 그쳤지만, 놈들을 조심해.”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굴을 나섰다.


그 순간, 가슴 주머니에서 작은 종잇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급히 주워 들려던 샘의 등 뒤로, 프래자일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타임폴은 닿는 모든 것의 시간을 앗아가. 하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않아. 과거란… 버릴 수 없는 거잖아. 그치?”


샘은 종잇조각을 그녀의 시선에서 감추듯 움켜쥐었다. 오래된 사진이었다. 지금보다 젊은 샘과 두 명의 여자가 함께 찍혀 있었다.


어딘가 당황한 표정의 샘, 그리고 미소 짓는 여자. 나머지 한 명의 얼굴은 희미하게 번져 알아볼 수 없었지만, 샘은 그 얼굴을 잊은 적이 없었다.


버릴 수도 없고, 되찾을 수도 없는 얼굴이었다.


“다시 만나자. 샘 포터 브리지스.” 사진을 접어 주머니에 넣은 샘이 뒤를 돌아봤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센트럴 노트 시티



그 남자는 이고르 프랑크 눈앞에서 마법처럼 사라졌다.


이마를 가로지른 봉합 자국과 붉은 재킷의 광택이 아직도 망막에 남아 있었다. 환상이라는 건 알지만, 그 남자의 체온과 땀 냄새가 여전히 주변에 감돌고 있는 듯했다.


광학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남자의 존재감은 그만큼 현실적이었다. 그는 확실히 그곳에서 숨 쉬며 이고르를 똑바로 바라보며 명령을 전했다.


마치 실제 살아 있는 사람처럼. 그의 코드네임이 '데드맨'이라는 사실은, 꽤나 아이러니했다.


센트럴 노트시티 지하에 마련된 개인실 문을 닫고, 이고르는 인적 없는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데드맨의 홀로그램이 나타난 건 불과 몇 분 전이었다.


〈주거 구역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빨간 재킷의 옷깃을 고쳐 입으며 데드맨은 그렇게 말했다. 어조는 차분했지만, 안경 너머의 눈동자는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이고르. 발견이 늦었어. 사망 후 거의 40시간이 지났지. 긴급 사태야.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데드맨은 고개를 숙였다. 이마의 수술 자국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네가 제2차 원정대 멤버고, 그 준비 중이란 건 본부도 알고 있어. 이게 시체 처리반으로서 네 마지막 임무가 될 거야. 그리고──〉


‘알고 있어.’ 이고르는 눈빛으로 데드맨을 제지했다.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여유는 몇 시간뿐. 시체 처리반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고르가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이 도시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모터 소음과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왼쪽 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목덜미의 땀을 훔쳤다.


이고르는 못 본 척하며 트럭을 하역 게이트 앞에 멈추도록 지시했다.


이 운전사와는 여러 차례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격리 병동에서 소각장까지 시체를 운반하는 일이다.


한 번 실수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말려들게 할 수 있는 일.


벼랑에 걸린 줄 위를 걷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지만, 평소라면 치명적인 사태를 막을 시간적 여유는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시간이 없다. 멈출 수 없다. 멈춘다는 건 곧 죽음을 뜻했다.


트럭이 속도를 줄였다. 앞유리를 통해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역광 탓에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 풍채는 자료에서 본 그 남자와 일치했다.


이고르는 트럭을 멈추고 차체를 낮추라고 지시했다.


그림자와 눈길이 교차했다. 이마 사이에 깊은 주름이 살짝 잡혔다.


차체에 새겨진 브리지스 마크를 본 탓이라고, 이고르는 확신했다.


즉, 저 인물이 바로 이번 위기를 구해줄 구세주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몇 발자국 나아가 오른손을 내민다.


“난 이고르. 브리지스의 시체 처리반이야.”


구세주라 불릴 이 남자는, 이고르의 내민 손을 외면했다.


그렇군, 하고 수긍하면서도, 이고르는 손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샘 포터지?”


빛을 등지고 있으면서도 남자는 눈부신 듯 얼굴을 찡그렸다.


이고르는 그 표정이 긍정이라는 걸 알아챘다.


샘 포터 브리지스. '둠스' 능력을 가진 프리랜서 배달부.


10년 전까지 브리지스에 소속되어 있었고, 당시부터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접촉공포증을 보였다.


이고르는 자료에 적혀 있던 샘의 특이 사항을 떠올렸다.


“무슨 일이 있었지?”


악수는 거절했지만, 샘은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물었다.


“시간이 없어. 따라와 줘.”


그렇게 말하며 이고르는 트럭의 화물칸으로 향했다. 뒤에서 발소리가 따랐다.


“이걸 봐줘.”


화물칸에 올라선 이고르는 가운데 고정된 짐을 가리켰다.


성인 남성 키만큼 크고 납빛을 띤, 곤충의 번데기 같은 물체가 있었다.


시체 가방에 싸인 시신이었다.


“이걸 소각장까지 운반하고 싶어.”


화물칸에 오른 샘은 대답 대신 몸을 낮추고 시체 가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숨이 멎은 지가 얼마나 됐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샘이 물었다. 그 말투에서 이 상황의 특수성과 긴급성을 이미 이해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40시간쯤 됐어.”


샘이 얼굴을 들고 시선을 마주쳤다.


“격리 시설에 보관하지 않은거야?”


분노인지, 혼란인지 모를 샘의 목소리를 이고르는 조용히 받아들였다.


“병사한 게 아니야. 자살했어.”


데드맨이 보낸 자료에 적혀 있던 사실을 전하며, 이고르는 다시금 그 충격에 짓눌렸다.


“자살했다고?”


샘은 그렇게 중얼이며 시체 가방을 응시했다.


“발견까지 시간이 걸렸어. 냉각 처리는 했지만, 언제 네크로화 될지는 몰라.”


샘에게 설명하며, 이고르는 점점 스스로 변명하고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죽은 뒤 네크로화 까지 이르는 것은, 스스로를 궁극의 파괴 병기로 만드는 것과 같다.


죽음의 개념을 모르는 갓난아기를 제외하면,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살은 결코 혼자 삶을 끝내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타인을 함께 끌고 가는 일이다.


결국 자살은 테러 행위와 다름없다.


“소각장은 어디를 쓰게?”


샘의 질문은 이고르를 몰아붙이는 듯했다.


그 기세를 떨쳐내듯, 이고르는 손목 장치의 전원을 켰고 공중에 지도가 떠올랐다.


“가장 가까운 곳은 북쪽이야.”


두 사람의 위치와 함께 시체 소각장이 지도에 나타났다. 그것을 들여다본 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 경로엔 놈들이 배회하고 있어. 다른 곳은 안 돼?”


“시간이 없어.”


이고르는 샘의 제안을 잘라냈다. 이 모든 건 시신 발견이 늦은 탓이다.


“그럼 여기서 태우는 게 더 안전하겠지.”


“이 근처에서 태울 순 없어. 카이랄리움이 도시에 피해를 줄 거야.”


이고르는 뒤편의 도시를 돌아봤다. 샘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시체의 끝자락, 즉 '놈들'이 몰려 있는 루트를 돌파하기보단, 지금 여기서 시신을 태우는 편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태운 시신에서 퍼져나오는 카이랄리움은 오랫동안 이곳에 남아 생존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도시의 입구다.


결국 이곳은 폐쇄될 것이고, 도시와 외부를 잇는 소중한 연결선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너 같은 능력자가 동행해 주었으면 해”


이고르의 간청에 대한 대답으로, 샘은 말없이 장갑을 벗고 시신 가방에 맨손을 댔다.


손등에서 손목까지의 피부가 붉게 변색되고, 모든 모공이 닫혀 갔다.


이것이 바로 능력자가 죽음을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아마도 슈트 속에 가려진 팔 역시 소름이 돋고, 붉은빛이 도는 어둠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샘은 손을 떼고 얼굴을 시신 가방 가까이 들이댔다.


시체가 내뿜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이마 중앙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네크로화의 초기 단계야. 서둘러야 해. 안 그러면 여기가 날아가.”


즉, 선택의 여지는 없다는 뜻이었다.


“샘, 같이 가줄 수 있겠나.”


시체 위에 몸을 기댔던 샘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고르는 다시 한 번 오른손을 내밀었다.


“브리지스와의 계약 성립이다. 샘 포터 브리지스.”


하지만 샘은 그 손을 흘끗 보기만 한 채, 다시 시신으로 시선을 돌렸다.


죽은 자에겐 손을 댈 수 있어도, 산 자와의 악수는 할 수 없는 걸까.


이고르는 허공에 멈춰 있던 손을 조용히 내렸다.


“그냥 샘이야. 샘이라 불러.”


샘은 시신을 고정하는 벨트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이고르도 무릎을 꿇고 그를 따라 손을 움직였다.


“난 놈들이 보이지 않아. 느껴질 뿐이야.”


샘은 시체의 발목을 고정한 뒤, 조용히 되뇌듯 말했다.


그래, 알고 있어. 그것도 자료에 명시되어 있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나 같은 인간은 감지조차 할 수 없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 접속해주는 장비 없이는,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고르는 자신의 가슴에 부착된 장비를 툭 치며 샘에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걸 데려왔지.”


“브리지 베이비(BB) 군.”


“너와 얘만 있으면, 놈들을 잘 피할 수 있을 거야.”


절반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다.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이고르는 자신의 복부에서 나온 케이블을 들고 포드의 단자에 연결했다.


순간, 세계가 뒤집혔다.


미저골에서 정수리까지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쳤다.


시야가 이상하게 뒤틀려 보이는 건, 흘러나온 눈물 탓이었다.


샘의 얼굴이 마치 추상화처럼 뒤틀려 보였다.


그 누구도 그 원리나 기원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장비.


이 세계가 지금 같은 모습이 된 즈음에 탄생한 시스템.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아기, 브리지 베이비의 형상을 한,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비.


브리지 베이비가 이고르의 가슴 포드 안에서 작게 경련을 일으켰다.


포드를 채운 인공 양수 속에서 기포가 터지고 퍼졌다.


“기분 좋은 체험은 아니군.”


눈물을 닦고 콧물을 들이마시며 샘을 바라봤다.


“그래, 저승과 연결되는 거니까.”


샘의 말은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들려오는 것처럼 희미했다.


오감이 아직 제대로 동기화되지 않은 탓이었다.


시야도 아직 불안정했다. 눈을 감고 눈꺼풀을 비볐다.


귓속 어딘가에서 브리지 베이비의 웃음소리가 들려온 듯했다.


그 웃음소리에 반응해 눈을 뜬 이고르의 시야에, 굳은 표정의 샘이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가슴의 포드에 고정되어 있었다.


브리지 베이비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출발해!”


이고르는 운전석 쪽으로 외쳤다.


남은 시간은 이제 거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시신을, 이 세계의 규칙에 따라 정확하고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시신을 죽은 자들의 세계로 돌려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


모터가 빠르게 회전하며, 트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역 게이트를 빠져나가자, 그 너머 하늘엔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짙은 먹구름이 이고르와 샘, 그리고 화물칸의 시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목 단말기를 켜고, 이고르는 트럭의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안심할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간신히 제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릴 땐, 세상이 이렇진 않았어.”


화물칸 기둥을 붙잡고 이고르는 샘에게 말을 걸었다.


무언가라도 말하지 않으면 불안에 짓눌릴 것만 같았다.


“아메리카라는 나라가 있었고, 누구나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었지. 너 같은 '배달부'는 없었어.”


샘은 멀리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고르의 말을 듣고 있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녹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고속도로도 있었고, 비행기도 떴지. 다른 나라로도 갈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전부 박살났어. 데스 스트랜딩 때문에 여기저기 구멍투성이가 됐고, 운 좋게 남은 것들도 타임폴 덕분에 다 녹아버렸지.”


고속도로, 비행기, 외국, 그리고 아메리카.


단어들은 남아 있지만, 그것들이 가리키던 실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앞으로는, 말조차도 사라질 것이다.


사물이 사라지고, 그 뒤를 따라 말도 사라진다.


색의 이름, 동물의 이름, 음식의 이름, 탈것의 이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생겨나는 감정의 이름들까지… 점점 사라져 간다.


운 좋게 남아있더라도, 그것들은 이제 현실감 없는 성스러운 껍데기일 뿐이겠지. 예컨대 ‘신’처럼.


지금의 아메리카는 거의 신과 같은 말이 되어가고 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샘처럼 아메리카가 사라진 뒤에 태어난 세대가 다수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메리카는 신과 똑같다. 이름만 남고, 나머진 신앙의 영역이 된다.


광신으로 변질된 국가는, 무의미한 비극만을 낳게 될 것이다.


그래서야말로, 아메리카를 아는 우리가 그걸 되찾아야 한다.


아메리카가 신이 되기 전에. 타임폴이 전부 녹여버리기 전에. 괴물들이 이 세상을 지워버리기 전에.


“아메리카가 녹아버린 자리에, 해변에서 괴물이 올라왔지. 너한텐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이고르는 후회하며 샘을 바라봤다.


그러나 샘의 표정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이고르의 말문을 풀게 했다.


“이 세상은 이제 저승과 연결돼 있어.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시 안에 틀어박혔지. 그래서 너 같은 '배달부'들이 귀한 거야.”


‘나 같은 시체 처리반도 그렇고 말이지──’라는 말은 삼켜버렸다.


아니,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앞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으니까.


땅에서 하늘로 뻗은 게 아니라, 하늘에서 땅으로 거꾸로 내려오는 아치. 거꾸로 뒤집힌 무지개였다.


저승에서 괴물들이 건너오는 불길한 다리.


“저걸 봐!”


이고르가  뒤집힌 무지개를 가리켰다. 샘도 이미 눈치챘는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그의 시선은 트럭 적재함의 시신 자루로 향했다. 이고르도 따라갔다.


무딘 납빛의 시신 자루 곳곳에서, 검은 타르처럼 끈적한 액체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특히 커다란 얼룩이 진 부위는 시체의 아랫배 쪽이었다. 이고르의 귓가에서 BB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또다시 시야가 뒤틀렸다. 커다란 검은 반점에서 수많은 미세한 입자들이 태어나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입자들은 각각 나선형을 그리며 올라가고 있었고, 그것들이 서로 꼬여 하나의 굵은 밧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육체가 네크로화하면서, 그곳에서 빠져나온 혼이 해변으로 끌려가려 하고 있었다.


해변은 죽은 자의 세계와 살아 있는 자의 세계를 이어주는 장소를 뜻한다.


단, 그것은 우리가 사는 물리적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위상 속에 존재하는 특수한 '장소'로 설명된다.


이고르 같은 일반인은 감지조차 불가능하지만, 능력자는 이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이 세계를 설명할 때 종종 죽은 자의 세계를 '바다'로 비유하고,


그 바다와 이 세상을 잇는 장소를 '비치, 즉 해변이'라 표현했기에, '해변'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생명의 근원이라 여겨지던 바다는, 이제 죽은 자들이 돌아가는 장소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죽은 자가 비치를 거쳐 이 세계로 밀려드는 현상은


'죽음의 좌초, 데스 스트랜딩'이라 불리게 되었다.


샘이 시신 위에 손을 내밀었다. 밧줄이 생겨나고 있는 아랫배──정확히 배꼽 부위에 손이 닿는다.


손등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한다.


“소각장까지 얼마나 남았지?”


샘이 외쳤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시신 자루는 거의 전면이 검게 물든 얼룩으로 덮여 있다.


그 검은색에 반응하듯, 하늘도 점점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곧 튀어나올 거야!”


“어쩔 수 없군. 놈들 한가운데를 뚫고 간다.”


이고르는 리어윈도우를 두드리며 운전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트럭은 속도를 높이며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떨어지지 않도록 적재함의 기둥을 다시 움켜쥐고 몸을 낮췄다.


그로 인해 시신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네크로시스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시신을 운반해왔지만,


대부분은 죽음을 예측할 수 있었던, 비교적 안전한 시신들이었다.


말기 치료를 받던 환자를 격리병동에서 옮기는 일이 많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라 하더라도, 네크로화까지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절박한 운반은 처음이었다.


이 자루 아래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육체는 이미 미세한 입자로 끝없이 분해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나마 윤곽을 유지해주는 건, 이 시신 자루 하나뿐.


화학 섬유로 짜인 부드러운 관.


그 결속이 풀리는 순간, 이건 더 이상 시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트럭이 크게 튀어 오르자, 이고르와 샘은 기둥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줬다.


뒤쪽에서 대지를 휘젓는 바람이 불어오며 적재함의 두 사람을 덮쳤다.


날아든 모래 먼지에 눈을 감은 이고르의 뺨 위로, 미지근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피부가 당긴다. 아픔도, 가려움도 아닌 이상한 감각이 얼굴 전체로 퍼져간다.


또 나이를 먹은 걸까. 흰머리와 주름이 다시 늘었을 것이다.


내리기 시작한 타임폴에 반응해, 유니폼의 후드가 자동으로 펼쳐지며 이고르의 머리를 덮었다.


마주 선 샘 역시 머리에 후드를 쓴 상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장비를 비웃듯, 타임폴은 점점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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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