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9일 월요일

데스 스트랜딩 공식 소설 (GPT 번역) #6 — 에피소드 2-3



방 안의 조명이 깜빡였다.
침대의 캐노피가 뒤틀리며 사라졌다.
집무용 책상도, 소파도, 바닥의 카펫도
차례차례 사라져 갔다.

벽에 걸린 초상화,
우아한 곡선으로 장식된 창틀,
부드럽게 물결치는 커튼,
정교하게 세공된 문까지—
모두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희미한 빛을 반사하는 무기질의 바닥과 벽.

침대조차 장식을 벗겨내
기능성만을 남긴 의료용 침대로 모습을 바꾸었다.

대통령의 방의 흔적이라곤
지지대에서 드리워진 미국 국기뿐이었다.

상당히 빠른 조치군.
데드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대통령이 시신이 되는 순간,
집무실을 연출하고 있던 홀로그램이 꺼졌다.

원격지에서 모습을 투사하던 동료들의 영상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있었다.

여긴 이미 단순한 병실로 되돌아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시신 안치소다.

시신은 신속하고 적절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설령 그가 대통령이라 해도,
인간인 이상, 예외는 없다.

죽음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니까.

시신 처리는 데드맨의 역할이었다.
지정된 절차를 마치기 전까진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할 수도 없다.

데드맨은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직접 시체 처리반과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러자, 다이하드맨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그는 웅크린 샘 앞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샘, 너는 대통령과 마지막 계약을 맺은 사람이다.”

조용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어조였다.

샘이 얼굴을 들어
장관을 노려본다.

“무슨 소리야?”

“너는 브리지스를 구성하는 일원이며,
우리와 함께 미국 재건의 임무를 짊어진다.”

장관은 샘의 오른쪽 손목에 있는
수갑을 가리켰다.

잠든 샘에게 저 수갑을 채운 건 나였다.
그걸 지시한 건… 바로 장관이었다.

──그렇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데드맨은 자신의 역할을 자각했다.

“또 나를 묶는 거냐,
브리지스이 했던 것처럼.”

수갑을 벗기려 애쓰며
샘이 낮게 으르렁거린다.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

역시 그렇다.
장관은 처음부터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나도
브리지스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장관의 등을 향해
그러나 샘에게도 들리도록
데드맨은 목소리를 높였다.

“장관, 대통령은 전신이 암세포에 침식돼 있었어요.
부검은 불필요합니다.
장기 적출도 해부도 의미 없어요.
그대로 두면 네크로화합니다.
하루빨리 화장하지 않으면.”

“그래, 서두르지 않으면
여기도 크레이터가 된다.”

장관은 샘을 바라보며
그렇게 답했다.

데드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관 옆에 몸을 낮췄다.

“들어줘, 샘.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포터가 없어.”

샘이 얼굴을 찡그리며
데드맨을 노려본다.

“이고르는 사라졌고,
다른 시체 처리반도
그 대소멸로 전멸했어.”

샘은 시선을 돌렸다.

데드맨은 그 시선을 따라가며
이어 나갔다.

“누군가가
대통령의 시신을 옮겨,
화장해야 해.
단순한 운송이 아니야.
능력자이자 귀환자인 너만이
맡을 수 있는 일이야. 아니,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 대소멸로
이 지역의 지형도 심하게 바뀌었고,
이 캐피털 노트 시티에서 화장장까지 가는
경로도 사라졌어.

길을 직접 찾아가면서,
도보로 이동해야 해.”

“왜 하필 나야.”

“샘,
넌 이미 브리지스 사람이잖아.”

데드맨은 그렇게 말하며
샘의 수갑을 가리켰다.

샘은 오른팔을 들어
수갑을 바닥에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만이
방 안에 메아리쳤다.

다시 팔을 들어올리는 샘의 팔을,
장관이 붙잡았다.

순식간에 샘의 팔이 붉게 물든다.

그것을 모른 척하며,
장관이 선언했다.

“배송 의뢰다.
샘 포터 브리지스.”

──대통령은
미국 재건의 상징이었다.

대통령의 시신을
시신백에 싸매며 말하는 장관의 목소리가
샘의 귀에 울렸다.

알겠습니다. 아래는 요청하신 줄바꿈 방식과 용어 통일(브리지스, 소각장 등)을 적용한 번역입니다.





"대통령은 취임 이래로 오랫동안 미국 재건을 호소해왔다.
브리지스를 창설한 것도 그녀다.

본래라면 정중한 장례식이 거행되어야 했겠지만,
그건 불가능해졌다.
그녀의 죽음은 곧 미국의 죽음과 같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브리지스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시신은 은밀하게 처리해야만 해."

"숨긴다고 해도, 다음 대통령은 없잖아."

샘이 이의를 제기했다.

십 년 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똑같은 구호를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다.
그 집착이 더없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샘, 미국은 죽지 않았어."

반박한 건 데드맨이었다.

샘의 눈썹이 불끈 올라갔다.
방금 다이하드맨이 '브리짓의 죽음은 미국의 죽음이다'라고 말한 것 아닌가.

"무슨 말이지?
대통령은 죽었잖아."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미국은 아직 살아 있어.
대통령도 있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샘이 데드맨에게 다가가려 하자,
다이하드맨이 그를 말렸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샘.

우린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합중국 재건 계획을 반드시 실행해야 해.
브리지스는 그 사명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야.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당신이 대통령의 시신을 소각장까지 운반해야 해."

"맞아, 샘.
대통령이라 해도 방치하면 시신은 네크로화돼."

데드맨이 다시 밀어붙인다.

"센트럴뿐 아니라
이 캐피탈까지 사라지게 할 순 없어.
이제 여긴 당신밖에 배달부가 남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며
데드맨이 시신 백을 들어 올렸다.
다이하드맨도 그것을 받쳐 들고,
샘에게 메도록 했다.





캐피탈 노트 시티를 출발한 지 거의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조금 전 강을 건넌 탓에
작업용 바지가 다리에 달라붙어 불쾌했다.
방수 가공이 되어 있다지만,
오랫동안 입은 바지는 꽤 낡아서
제대로 물을 튕겨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순조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몇 시간 안에 소각장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본래라면 시신 수송 트럭으로 옮겨야 했지만,
보이드아웃으로 생긴 크레이터 탓에
수송로가 막혀 있었다.
그래서 도보로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단독 이동을 강요받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의 손목장치가 진동했다.
데드맨의 호출이었다.
샘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놈들은 이 손목장치를 '단말기'라 부른다.
절대 당신을 속박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당신과 연결되어 당신을 지켜주는 가젯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이걸 풀 수는 없다.
그러니 어떤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붙여도,
이건 사람을 속박하는 '사슬'일 뿐이다.

〈샘, 들리나〉
저쪽 사정만 생각하고 말 걸어온다.

놈들은 자신들을 '다리'라고 부르지만,
이어지는 쪽에 대한 고려 따위는 전혀 없다.

그래서 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요청하신 번역입니다.
모바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줄바꿈을 적용했고,
명칭(브리지스, 소각장 등)도 통일했습니다.





〈순조로운 것 같군.
하지만 조심해라, 곧 *BT 지역에 접근할 거다〉

* 원문: 座礁地帯(자초지대)

"그래, 괜찮아."

캐피탈 노트 시티에서 소각장까지 이어지는 이 루트를
샘이 밟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낯선 지역은 아니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캐피탈과 센트럴 주변 지역으로의 배송 의뢰가 늘었기 때문이다.

북미 대륙의 동해안──
한때 미국의 정치와 경제 중심지였던 곳.

그래서 브리지스의 거점이 존재했고,
대통령도 이곳에서 지휘를 맡았다.

샘에게는
씁쓸한 기억과 동시에
어린 시절의 달콤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끌려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짐을 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채.

〈저기, 샘. 좀 묻기 곤란한데……
네크로화 조짐 같은 건 느끼지 않나?

대통령은 말기 암 환자였어.
전신이 암세포에 침식당하고 있었지.

그게 네크로화 한계 시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데드맨의 말에
샘은 짜증을 느꼈다.

시신 운반을 떠넘긴 것도 모자라
또 문제는 없느냐며 간섭해 온다.

사람을 지킨다고 말하면서
실상은 구속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자초지대 위치는 알고 있어.
우회 경로도 파악하고 있지.

브리짓이 언제 네크로화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
운이 없으면 거기서 끝일 뿐이야.
나든 당신이든."

〈그래, 샘. 미안하다.
보통의 네크로화는 48시간쯤 걸리지.
하지만 더 빨라질 수도 있거든.
그게 걱정돼서……〉

말을 더듬는 데드맨의 목소리엔
거짓이나 계산된 뉘앙스는 없었다.

샘과 시신의 네크로화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믿으란 말은 하지 마.
당신들 의뢰는 제대로 끝낼 거야.

그러니까 이게 끝나면
이 손목장치 좀 풀어.

당신들과의 연결은
이 의뢰로 끝이다."

최대한 감정을 죽이고
냉정하게 말한 거였지만,

데드맨은 어색하게 웃으며
통신을 꺼버렸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대지에 낮게 붙어 자라난 풀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목표인 소각장은
저 앞의 구릉지를 지나면 나온다.

시신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카이랄 입자의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소각장은 분지 지형에 설치된다.

데드맨이 무전으로 언급했던 BT 지역──
즉, BT가 배회하는 곳.
생과 사가 뒤엉킨 특이점.

그 장소는 소각장 바로 옆에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그 범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BT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대략적인 구역만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샘이 메고 있는
브리짓의 시신엔
아직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녀가 죽은 지는
불과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고,

데드맨이 걱정하는
이례적인 빠른 네크로화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급할 게 없다.

이전에 이고르와 함께
사체를 처리했던 그때처럼
긴급한 상황은 아니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BT 지역을 우회해
소각장으로 가는 것이 옳다.

샘은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다.

몸 전체가 안테나가 된 듯
신경을 곤두세웠다.

크게 숨을 들이쉰 뒤,
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브리짓 스트랜드──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아니라,
샘의 양육자로서의 한 여성을
망설임 없이
죽은 자의 세계로 배웅하기 위해서.

★   //캐피털 노트 시티 인근 / 소각장

수직으로 솟은 절벽 사이 좁은 길을 빠져나가자, 시야가 갑작스레 트였다.
눈 아래, 사발처럼 움푹 들어간 지형이 펼쳐져 있었다.
그 끝자락에, 거대한 깔때기를 거꾸로 뒤집어 엎어놓은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이 목적지인 소각장이었다.

샘은 어깨를 흔들며, 등에 멘 짐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예상대로 좌초지대를 우회할 수 있었다.
시신이 네크로화할 조짐도 아직 없었다.
이제 이 짐만 납품하면 된다.
곧 끝난다.
시신을 소각하고, 그녀의 카르(혼)를 죽은 자의 세계로 배웅한다.
그러면 그녀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이걸로 모두 끝이다.
아메리카도, 아메리카 재건이라는 악몽도.

소각장의 게이트가 샘을 스캔하고 입장을 허가한다.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등간격으로 굵은 기둥이 세워져 있고,
형식적으로 달린 조명이 밋밋한 공간에 겨우 색을 입히고 있었다.

샘의 접근을 감지하자, 바닥에서 원기둥이 솟아올랐다.
짐의 납품과 접수를 담당하는 배송 단말기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장소, 인생의 종착지인 이곳에서
사람은 짐으로 취급된다.
카르가 빠져나간 니쿠타이(육체)는 더는 사람이 아닌 물체일 뿐이다.

이곳을 찾는 건 시체 처리반뿐.
상주 인원이 없기에 시설 유지관리도 되지 않는다.
창문 유리는 깨진 채 방치되어 있고,
콘크리트 바닥에 난 균열도 복구된 흔적이 없다.
이곳이 사람을 위한 장례 장소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단말기의 안내에 따라
샘은 짐을 등에 내리고, 지시된 위치로 옮긴다.
바닥이 슬라이드되며 입을 열었다.
단말기의 지시에 따라 짐을 그 안에 넣는다.
이걸로 일이 끝났다.

그 순간, 어깨 너머에서 하얀 것이 흘러내렸다.
깃털이었다.
브리지트의 집무 책상 위에 있었던 깃털 펜의 깃털──
그럴 리가 없다.
그건 병실을 집무실처럼 꾸미기 위한 연출일 뿐.
실체 없는 홀로그램이었어야 한다.

샘은 고개를 저었다.
깃털은 시신 가방 위로 내려앉았다.
내열 유리 문이 닫히고,
버너에서 불꽃이 치솟는다.
순식간에 깃털이 불에 타고,
시신 가방도 화염에 휩싸인다.
그 아래에 있던 니쿠타이(육체)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안녕, 브리지트.
당신이 돌아갈 육체는 곧 사라진다.
당신의 카르는, 편안히 죽은 자의 세계로 가기를.
바란다면, 당신이 꿈꾸던 아메리카의 꿈과 함께.

샘은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다.

죽어가는 아메리카를 위한 송별.
구세대의 꿈을 불태우는 마지막 의식.
이제 이걸로 끝이다.
아메리카는 끝났고,
이제 더는 아메리카를 짊어질 이유도, 의미도 없다.

샘은 눈을 떠서,
아메리카 종언의 이 장소를 떠나려 했다.

〈샘!〉
손목의 수갑이 요동쳤다.
데드맨의 목소리였다.

〈고맙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다〉
그 목소리를 지우듯,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임폴이 내릴 조짐이다.

샘은 얼굴을 찌푸렸다.
브리지트의 시신을 태운 영향으로 카이랄 농도가 상승해,
이 일대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타임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데드맨의 부탁 따위 듣고 있을 시간은 없다.

〈샘, 또 다른 짐도 소각해줘〉
이번에는 다이하드맨이었다.
또 다른 짐?

손목 수갑이 진동했다.
허공에 떠오른 스크린에
샘을 향한 의뢰가 표시되었다.

하나는 브리지트의 시신 소각.
다른 하나는 BB-28의 소각이었다.

〈샘, 시체 처리반 이고르가 사용하던 BB야〉
데드맨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가 귀환했을 때, 크레이터에서 발견됐지.
너의 몸에 연결되어 있었어〉

샘은 배낭을 확인했다.
작은 짐 케이스가 있었다.
이고르에게서 넘겨받은 BB 포드였다.

왜 이게 여기 있는 거지?

〈폐기가 결정됐거든〉

샘은 포드를 꺼내 그 안을 들여다봤다.
인공 양수에 떠 있는 태아가
몽실몽실 떠다니고 있었다.
수영하듯, 손발을 흔들며.

〈브리지스 본부도, 센트럴 노트 시티도 소멸했다.
그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브리지스의 판단이다〉

"아직 살아 있어."

〈그건 그냥 장비의 하나일 뿐이야.
살았느니 죽었느니 할 개념은 적용되지 않아.
회복 가능성도 없어.
만약 포드에서 꺼낸다 해도,
‘생명’으로서 살아갈 가능성은 없지.
처분할 수밖에 없어〉

죽이는 게 아니라, 폐기인가.
샘은 다시 한 번 포드 속 BB를 들여다봤다.
이 아이를 소각하다니.
누가 봐도 아기다. 장비가 아니다.

〈장관도 승인했어〉

천둥소리가 귀를 찢었다.
내장을 뒤흔들 만큼의 굉음이었다.
손목 수갑이 침묵하고,
데드맨과의 무전이 끊겼다.

소각장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소각장은 어둠에 잠겼다.
블랙아웃 현상이었다.
타임폴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느껴졌다.
등에서 목덜미까지 소름이 돋는다.
놈들이 오고 있다.
가슴에 안은 포드 속에서 아기가 떨고 있었다.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샘은 창가로 이동했다.
밖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금이 간 유리에 비가 거세게 내리꽂히고 있다.
유리는 액화되며 창틀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생겨나
창문에 부딪혔다.
커다란 손바닥이었다.

샘은 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놈들이 온 것이다.
숨을 멈추고,
창밖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정신을 차리니
양 볼에는 눈물이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바닥은 실내의 기척을 찾듯 움직인다.
처음엔 창틀을 더듬다가,
곧 금이 간 유리를 발견하고는
그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벽을 타고 내려와 바닥으로.

손바닥이 나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샘은 뒤로 물러섰다.
등을 벽에 붙이고,
입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오한과 구역질이 밀려왔다.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

보려고 해도,
볼 수는 없었다.
샘은 눈을 감고
온몸으로 놈들의 기척을 붙잡으려 했다.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아마도 십수 체의 좌초체(BT)가
소각장을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소각 전에 네크로화한 시체들이
이 일대에 모여든 것이다.

〈샘, 괜찮은가.
카이랄 농도가 올라가고 있어〉

갑자기 무전이 복구되며
샘의 고막을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장관이었다.

카이랄 농도의 증가는
죽은 자의 세계와의 근접도를 뜻한다.
지금 이곳은
죽은 자의 나라에 극도로 가까워져 있다.
샘이라는 산 자가 여기를 떠나지 않는 한,
죽은 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대로 방치하면
대소멸이 발생한다.
이곳이 크레이터가 될 순 없다.
브리지트의 육체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다.
그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이곳만큼은 지켜야 한다.

옆구리에 낀 포드 안에서
아기가 몸을 움직였다.
그래, 이 아이도 지켜야 해.
지금 이곳에서 살아 있는 건
샘과 BB뿐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샘은 포드에 수납된
제대 코드(탯줄)를 꺼냈다.
잘 될지는 자신 없다.
하지만, 함께 결속의 끈에서 돌아온 존재다.
상성이 좋을 리 없다.

샘은 코드 끝을
자신의 복부에 있는 플러그에 연결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코드의 연결을 확인하고,
포드를 흔든다.
아기는 눈을 감은 채
인공양수에 잠겨 있을 뿐이다.
반응의 기척도 없다.

이 아이는 역시 불량품인가.
아니면 이미 망가진 건가.

──이봐.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야, 나랑 같이 돌아가자.

그러자, 아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복부에서 꼬리뼈를 따라,
척수를 따라 전류가 내달린다.

두뇌가 비명을 지르고,
의식이 폭발한다.

두개골이 산산조각나고,
두피를 찢고,
몸의 윤곽이 사라진다.

포드 안의 BB가 웃고 있는 환영이 보인다.
샘도 미소로 응답한다.

폭발한 의식이 BB를 끌어안고 수렴된다.
BB와의 연결을 또렷이 인식했다.

왼쪽 어깨의 오드라덱이 작동하여,
죽은 자들의 위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타임폴에 젖은 죽은 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말도 안 돼.
숨이 막혔다.
상상 이상이었다.

인간의 실루엣들이,
대지에서 솟아난 탯줄 같은 것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다.

눈을 좁혀보면,
그것들은 미세한 입자들의 집합이었다.

입자들이 흘러내리듯 불규칙하게 꿈틀거리며
사람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놈들은 이쪽을 볼 수 없다.
생자가 내뿜는 소리나 숨결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기척을 지우고,
들키지 않도록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BB가 있다.

보통이라면 감지할 수밖에 없는 이 능력을,
BB는 확장시켜준다.

즉, 놈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이며,
소각장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타임폴에
금세 온몸이 흠뻑 젖는다.

머리를 덮은 후드도
얼마나 비를 막아줄지 알 수 없다.

망설이다가는 포터 슈트가 손상돼서,
그 아래의 피부가 노인의 것처럼 바스러지고 말 거다.

그만큼 격렬한 폭우였다.

무릎을 낮추고,
소각장의 외벽을 따라 움직인다.

오드라덱의 끝이
푸른빛을 내며 빠르게 열리고 닫히며,
죽은 자들이 떠도는 공간을 수색한다.

아직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대로 벽을 따라 나가면,
놈들이 밀집한 구역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의 포드를 쓰다듬었다.
잘 부탁한다, BB.

그에 화답하듯 오드라덱이
샘의 앞쪽을 가리켰다.

십자 모양으로 고정되며,
경고의 붉은 빛을 내뿜는다.

적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숨을 죽이고,
몸을 더 낮춘다.

목덜미의 머리카락이 타는 듯 뜨겁다.
비릿한 냄새가 콧속을 찌른다.

머리 바로 위에서 거대한 충격이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안다.
검은 손자국이 찍혀 있을 것이다.

움직여선 안 된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숨을 참는 탓에 어지럽다.
시야가 일그러지고,
빗소리가 멀어져 간다.

땅은 점액질의 타르처럼 질척거린다.

손이 벽을 따라 내려오더니,
샘 바로 옆에 손자국을 찍었다.

그 움푹한 자리에 붉은 실금이 흘러내린다.
부츠의 틈에서 스며나온 샘의 피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머뭇거린다.
망설이며 손을 내밀다 이내 거둔다.
닿아선 안 되는 것을 두려워하듯
방향을 틀고 멀어져 간다.

잠시 후, 오드라덱이 십자를 풀었다.
놈들은 일단 저편으로 물러난 것이다.

샘은 약간 다리를 끌며
타임폴 속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약해지고,
앞쪽 하늘이 희게 밝아오자,
오드라덱이 정지했다.

샘의 오감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BT지역을 벗어난 것이다.

포드 안의 BB는
손가락을 입에 문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잠든 모양이다.

죽은 자 무리가 에워싼 그곳에서,
이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는 얼마나 컸을까.

샘은 포드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자연스럽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샘, 들리나?〉

데드맨이었다.

〈설마, 그 BB랑 접속한 건 아니겠지?〉

샘의 대답도 듣지 않고,
흥분한 목소리로 몰아쳤다.

물론, 아래는 모바일 가독성을 고려해 줄바꿈한 버전이야:

〈그건 불량품이야.
그리고 너 같은 능력자가 그걸 사용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능력자와 BB의 접속은
너무 위험해.

확실히 그건 네 능력을 확장시켜주지.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서로의 의식이나 기억이 간섭하거나
공명하게 되는 거야.

운이 나쁘면 BB는 자가중독을 일으키고,
너는 이쪽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그 말을 무시하고,
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타임폴을 몰고 오는 구름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태양은 희미한 윤곽만을 드러낼 뿐이었다.

앞으로 위험한 지대는 없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 수갑 같은 장치를 풀고
다시 ‘샘 포터’로 돌아가면 된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이 BB다.

데드맨 말대로 정말 불량품이었던 걸까?
혹시 너무 무리하게 써서
망가진 건 아닐까?

가슴에 장착된 포드를 들여다본다.
BB는 여전히 눈을 감고
양수에 떠 있었다.

사실 BB를 장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정규 BB를 쓰는 프리랜서 포터들도
아예 없진 않았다.

피치 못하게 그런 동료들에게
빌려본 적도 있다.

그래서 데드맨의 말도
납득은 갔다.

아니, 어쩌면
데드맨이 아는 것보다 현실은 더 끔찍했을지도 모른다.

BB를 장비하고 나면,
어떻게든 기분이 가라앉고 말았다.

메스꺼움이나 오한 정도는 약과다.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이 밀려들기도 했다.

그건 샘이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BB와의 접속은 예외였다.
다른 BB들과는 달리
접속 후 후유증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함께 ‘결절’에서 돌아온 BB였기에,
특별한 연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살려주고 싶었다.

아니면 브리지스의 기술로
뭔가 해결할 수는 없는 걸까.

저 멀리
캐피털 노트 시티로 향하는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야.〉

데드맨의 무전이
샘의 기대를 꺾는다.

〈계속 너희 둘을 모니터링하고 있어.
너는 괜찮지만, BB는…〉

게이트의 오드라덱이
샘을 스캔하고 받아들인다.

〈유감스럽지만
한계를 넘었을 거야.
폐기할 수밖에 없어.〉

그 말에
샘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대로 이 아이를 병동으로 데려가면
폐기처분 당할 것이다.

샘은 포드를 주먹으로 톡톡 두드려본다.

BB는 반응하지 않는다.
말을 걸어도,
포드를 쓰다듬어도,
흔들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샘은 제대 코드를 분리하고
가슴에서 포드를 떼어냈다.

다시 자신과 접속하면
리셋이 될지도 모른다.

포드의 창이 꺼지고
BB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기를 달래듯
포드를 들어 올리자
검게 변한 창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울다 웃는 듯한 그 표정이 싫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확실히 포드 안의 BB가
웃고 있었다.

다시 연결하자.

샘은 BB와 재접속했다.

두뇌 속으로
아기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안도와 들뜬 감정이 뒤섞인
맑은 웃음소리였다.

잘 됐다.

샘은 눈을 감고
BB와의 연결을 느끼려 했다.

괜찮아, 너는──

──BB, 아빠야.

갑자기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본 적 없는 얼굴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형언하기 어려운
기묘한 비전이었다.

공포와 그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 환각을 떨쳐내기 위해
샘은 머리를 흔들었다.배송 센터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리는 사이
포드와 연결된 제대 코드를 뽑고
가슴에서 포드를 떼어내어
슬로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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